op.JPG


오늘의 포토 심사평

심사위원 : 윤광준

‘ALRIDA’님의 <어떤 작별>을 오늘의 포토로 선정합니다.
저는 KTX를 타고 동대구역을 자주 드나듭니다. 많은 탈 것 가운데 기차가 주는 느낌은 묘합니다. 타는 이와 지켜보는 이의 심정도 자동차와 전혀 다르지 않던가요. 오가는 자동차를 보면 우선 혼잡함부터 떠올리게 됩니다. 낭만의 요소가 깃들 여지를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길게 이어진 커다란 덩치의 기차는 다른 것이 보이지 않아 집중하게 됩니다. 게다가 문학작품이나 영화에서 다루어진 기차의 이미지는 언제나 이별을 떠올리게 하지 않던가요. 레일 위의 기차는 한쪽으로만 가야 합니다. 되돌릴 수 없는 기차의 상징이 모두에게 짠하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ALRIDA’님의 사진은 기차를 보는 사람의 마음을 정감 넘치게 담아 놓았습니다. 애인을 서울로 떠나 보내는 젊은이의 심정은 애달프기만 합니다. 헤어짐의 여운은 얼마나 길게 이어질까요. 또한, 떠난 애인과의 재회를 기다리는 시간은 얼마나 지루할까요. 사진을 보는 내내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까마득히 먼 옛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 자동반응은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플랫폼에 남겨진 여자는 사랑의 하트를 보내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가로막힌 기차의 창문 너머에 그녀의 애인이 있습니다. 외쳐도 들리지 않는 사랑의 맹세 보다 더 진한 몸짓은 감동입니다.

역의 풍경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동대구역을 수십 번 드나들었어도 이토록 뭉클한 장면을 본 적 없습니다. 아마 ‘ALRIDA’님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평소 만나지 못한 감동의 순간을 재빠르게 사진으로 찍은 일은 잘하셨습니다. 자신과 관계없는 화려한 감동 보다 눈앞의 소박한 진실이 더욱 소중한 법입니다. ‘ALRIDA’님은 순간 마음이 급했을지도 모릅니다. 카메라의 세팅도 제대로 할 겨를이 없었을 것입니다. 우선 누르고 본 장면은 긴박함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흔들리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색채가 표현되지도 않았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사진을 통해 표현하려는 것은 이별의 순간을 본 감동입니다. 살아 움직이는 날 것의 신선함이 얼마나 소중한 지 이 한 장의 사진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