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병 깬 며느리 감싸려 “늙으면 죽어야지”..감동

기사입력2011-07-08 18:30기사수정 2011-07-08 18:34

 ▲ ▲ 본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출처: 연극 ‘여보 고마워’공연 中)
“자라온 서러움이 너무 많아 술주정 하며 울던 며느리를 혼내기는 커녕 더 서럽게 우시며 ‘처음부터 내 딸로 태어나면 얼마나 좋았겠냐’면서 다독이신 어머님..정말 보고 싶습니다.”

‘벙어리 삼 년 귀머거리 삼 년’이란 말이 있을만큼 때론 며느리에게 고될 수 있는 시집살이를 따뜻한 사랑으로 품어준 한 시어머니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으며 사람들의 눈가를 촉촉하게 적시고 있다.

8일 오전 한 포털 사이트의 이야기 게시판에는 ‘어느집 며느리의 사랑’이란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에는 시어머니가 살아있을 적 베풀어 준 사랑에 감동한 한 며느리가 전하는 소소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글을 작성한 며느리 A씨는 자라온 시간들이 순탄치 않았다. 어머니는 A씨가 10살 때 가출하고, 아버지는 알콜 중독이었다. 오빠는 상습 절도로 경찰서에 들락날락 했다. 매일 울며 자란 A씨의 이야기를 들은 시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어느 나라에서는 남의집 귀한 딸 데리고 올 때 소까지 판다는데 하고 싶은 혼수를 해서 시집오라’며 통장을 손에 쥐어 주었다.

부모의 정을 모르고 자란 A씨는 그런 시어머니에게 반해 함께 살게 되었다. 시어머니의 며느리 사랑은 계속 됐다. 바쁜 명절날 제대로 돕지도 못하고 설탕병을 깬 며느리에게 시어머니는 ‘아무 소리 말라’고 하곤 당신의 손에 힘이 없어 설탕병을 놓쳤다며 “늙으면 죽어야지’고 말하며 며느리를 감싸줬다. 초콜렛을 먹는 며느리에게 ‘단 것 몸에 안 좋다’고 나무라면서도 들어올 땐 늘 검정 봉지가 손에 들려 있었다. 며느리를 생각해 챙긴 군것질거리 였다.

하루는 자라면서 사랑을 제대로 못 받은 서러움에 A씨가 서럽게 울며 술 주정을 했다. 시어머니는 황당한 며느리를 혼내긴 커녕 ‘얼마나 서럽고 무서웠냐’면서 며느리보다 더 서럽게 울었다. 밥 그릇이 가득한 명절상을 치울 때면 시어머니는 “아직 다 안 먹었다. 방에 가 있어라”고 며느리를 보내 놓고는 소리 안 나게 설겆이를 하다가 A씨에게 들켜 서로 하겠다며 실랑이를 벌이곤 했다.

그런 시어머니에게 치매가 찾아왔다. 4년간 시어머니의 수발을 들면서도 A씨가 ‘그저 살아만 있었으면’하고 바랐던 것은 시어머니가 베푼 그 사랑 때문이었다. 하루는 예쁘다며 뉘집 딸이냐고 묻는 시어머니에게 ‘당신의 딸’이라고 말하자 “네가 제일 아픈 손가락이다”라고 말해 A씨는 펑펑 울었다. 치매로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시어머니는 ‘맛있는 것 사먹으라’며 꼬깃꼬깃 접힌 만원 짜리 한 장을 쥐어주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어머니는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났고 A씨는 울다가 세 번이나 졸도할 만큼 슬퍼했다.

며느리 A씨는 “어머니가 꿈에 나오면 사랑한다고 말해드리기 위해 매일 준비하다 잠든다”면서 “왜 더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하지 못하고 잘해드리지 못했는지 후회된다”며 이야기의 매듭을 지었다.

며느리에게 사랑을 베푼 시어머니의 사연에는 ‘감동을 받았다’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세상에 찌들어 눈물이 말라버린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눈에서 홍수가 나는지 모르겠다”면서 “시어머니가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humaned@fnnews.com 남형도기자

출처:http://www.fnnews.com/view_news/2011/07/08/11070818235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