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살이 우리나무' 사진전… 국내 대표적 老巨樹 촬영

나무가 오래 묵으면 동네를 지켜주는 신령이 된다. 세월만큼 기품도 넘친다. 이름하여 노거수(老巨樹)다.

국내의 대표적인 노거수들이 사진으로 그 모습을 뽐낸다.

올해로 창립 56년을 자랑하는 대구의 대표적 사진동호인 모임인 사광회(회장 전찬욱)는 27일부터 10월 2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2층 대전시실에서 '천년살이 우리나무'를 주제로 사진전을 연다. 이번 전시회는 우리의 중요한 산림자원으로서, 또한 문화적 유산으로서 그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노거수의 아름다움과 기상을 알리고 관심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노거수를 소재로 한 사진전은 이번이 국내 최초다.

울릉도 도동 향나무(사진 왼쪽), 부인사 왕벚나무.

전시회에 출품되는 사진은 모두 40여점. 30명 회원 전원이 3년여에 걸쳐 촬영한 것들이다. 주로 천연기념물이나 시·도 지정 보호수 중 약 500년에서 2000년이 넘는 나무들이다.

수령 2500년 된 울릉도 도동 향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향나무다. 지난 1985년 태풍으로 가지가 꺾였지만 섬 한편에서 꿋꿋이 자리를 지킨 모습은 너무도 당당하다.

우리나라에서 키가 가장 높은 39m의 용문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0호)는 신라 경순왕이 천년사직을 고려에 바치기로 결정하자 이에 반대한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가는 길에 심었다는 망국의 한이 담긴 나무다. 나무 밑둥에는 세월의 흔적인 이끼가 덕지덕지 붙었으면서도 그 위용은 우람하기 그지없다.

송광사 천자암의 쌍향수(천연기념물 88호)는 지눌스님이 금나라 왕비의 병을 고쳐준 인연으로 왕자 담당(湛堂)을 제자로 삼아 귀국해 짚고 온 향나무 지팡이를 꽂아 놓아 싹이 터서 오늘의 쌍향수가 됐다고 한다. 마치 스승과 제자가 서로 절을 하고 있는 모습과 흡사해 사제간의 두터운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제주도 평대리의 비자림 숲(천연기념물 374호)에서 가장 큰 비자나무에는 무수한 착생식물들이 공생하는 아름다운 모습도 담겨 있다.

그밖에 봄에 꽃을 피우는 상태를 보고 그 해의 풍흉을 점치는 이팝나무, 요즘 정력제로 각광받고 있는 산수유의 시조목, 청도 김씨 시조묘 앞에서 자손의 번영을 상징하는 함박눈처럼 하얗게 꽃을 피운 돌배나무 등 다채로운 노거수의 모습이 과거로의 여행을 안내한다.

전창욱 사광회 회장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점점 사라져 가는 소중한 자연유산인 노거수에 대한 관심과 올바른 보호에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원수 기자 wspark@chosun.com  입력 : 2011.09.26 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