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족보? 그건 알아서 뭐해요”
“관심없고 몰라도 사는데 지장 없어”
“보기도 어렵고 봐도 별 필요 없는 내용만 담긴 족보(族譜)를 꼭 알아야 하나요.”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임지은(여·21) 씨는 “족보에 대해 들어본 적만 있지 자세한 내용은 모르고 내용이 어떻든 지금 살아가는 데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나뿐만 아니라 또래들은 족보가 중요하다는 생각은커녕 관심 자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씨의 생각은 최근 젊은 세대들의 보편적인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가족의 해체, 역사문제의 대두 등 여러 환경을 고려할 때 족보는 그 나름대로 현대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족보는 한 집안의 내력을 들여다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당대의 사회 구성, 종족 제도 등을 엿볼 수 있는 역사 자료로 평가된다. 이런 족보는 고대 중국에서 비롯됐는데 송나라 때 비교적 완성된 형태의 족보가 등장했고, 명·청대에 이르러 전성기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에서도 족보가 성행하던 조선시대에는 가문의 족보 내용을 상세하게 파악해 두는 것이 명문 자제들의 미덕이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서울 지역의 회사원 김모(29) 씨는 “집안 어딘가에 족보가 있기는 하지만 한번도 열어본 적은 없다”며 “솔직히 최근에는 5촌 이상만 넘어가도 거의 왕래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족보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핵가족 시대를 넘어 1인 가족 시대까지 도래한 현재, 가족이나 가문이란 개념의 가치가 희박해진 만큼 족보도 그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씨족사회에서 벗어난 현대사회에서 족보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회사원 이모(여·32) 씨는 “장손 집안이라 족보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사실 관심도 없고 살아가면서 특별히 필요하지도 않을 것 같다”며 “우리 사회에서 씨족을 따지는 족보가 과연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차장섭(한국사) 강원대 교수는 “젊은이들에게 족보 자체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집안의 명예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사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족보는 현대사회에서도 중요한 존재”라며 “세계사, 한국사와 같은 거시적인 역사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교육이 이뤄지지만 개인의 가족에 대한 역사는 결국 족보를 보고 배워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무조건 족보의 가치를 주장하지 말고 족보도 시대에 맞춰 변해야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 교수는 “방계의 모든 씨족을 포괄하는 거대 족보보단 자신의 직계가족들을 중심으로 한 작은 족보, 쉽게 읽을 수 있는 스토리텔링, 사진 등이 포함된 디지털 족보가 활발히 개발돼야 한다”고 밝혔다.

안승준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족보는 세계에서 최초로 양성화된 인적 데이터베이스”라며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인터넷 족보를 통해 개개인의 정보를 보다 세세하게 기록할 수 있고 젊은층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우·장병철 기자 jwrepublic@munhwa.com

출처: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092701035727295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