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미래는 밝다 -연평 불바다에도 해병 지원 증가

[중앙일보] 입력 2010.12.13 21:04
“연평도 사건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남의 일 보듯 하기보다 스스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해병대 수색 병과에 지원한 최준식(19·고려대)군의 지원 동기다. 최군은 “원래부터 해병이 되고 싶었지만 연평도 사건 때문에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했다. 예전에는 나도 위기 때마다 어디로 도망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라지킴이가 되기로 마음을 고쳐먹고 그 힘들고 위험하다는 해병대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최군 같은 당당하고 듬직한 젊은이들로 올해 해병대 지원자들은 예년보다 크게 늘어났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으로 해병 2명이 전사(戰死)했는데도 오히려 기피하지 않고 다투듯 최전방 전사(戰士)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대견하고도 마음 든든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올해 해병대 모집인원은 977명. 어제 접수 마감 결과 응모자는 3488명으로 경쟁률이 3.6대 1에 달했다. 2.3대 1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절반 이상 지원자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11명만 뽑는 수색 병과 지원자는 응모자 21명 가운데 1명만 뽑힐 수 있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수색대는 해병대 훈련 중에서도 가장 힘든 훈련을 거쳐야 하고 복무기간 내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을 만큼 근무가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다.

 사실 해병대는 힘든 훈련과 엄격한 군기(軍紀),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자부심 등 젊은이들의 낭만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해병대 모병이 어려움을 겪은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좀 다르다. 최군처럼 연평도에서 해병이 전사하는 것을 보고 위축되기보다 오히려 자극받은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용기와 책임감, 애국심으로 충만(充滿)해 있음을 과시하는 ‘사건’이다. 누가 우리 젊은이들을 유약하다고 했는가.
 
 젊은이들의 애국심과 책임감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한 대한민국의 앞날은 밝다. 이들의 충천한 기개를 디딤돌 삼아 더욱 철통 같은 국토방위 의지를 다져야 할 것이다. 위기 국면을 무릅쓰고 해병대를 지원한 젊은이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