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중 일 소홀했으니 족보 사라' 8천명에 사기

 
`문중 일 소홀했으니 족보 사라' 8천명에 사기

많이 약해지긴 했지만 문중과 족보를 따지는 등 우리네 혈연 의식은 남다르죠. 이런 점을 노리고 43개 문중의 종친회를 사칭해 종중 발전기금 명목으로 8천명으로부터 10억원이 넘는 돈을 받아 가로챈 50대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전성훈 기자입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고위 공무원, 교수, 법조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 등 8천여명에게 종친회를 사칭한 전화를 걸어 종중 발전기금 명목으로 거액을 뜯어낸 혐의로 52살 송모씨를 구속했습니다.
송씨는 지난 2010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43개 문중의 종친회 관계자인 것처럼 가장해 `문중 대동보감을 보낼 테니 종친회 발전기금을 보내달라'며 한 사람당 최대 20만원씩 약 14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대동보감'은 특정 씨족에 관한 중대사나 관직에 진출한 인물 등을 담은 서적으로 일종의 족보입니다.
송씨는 서울 강동구에 `한국보학자료원'이란 단체를 차려놓고 성씨 소개 문헌과 각종 자료를 짜깁기해 문중별 대동보감을 만들었습니다.
이어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한글로 된 새 대동보감이 나왔다"며 피해자들이 그동안 종친회에 소홀한 점을 강조하고 책자 발송 이후에는 독촉전화나 문자로 구매율을 높이는 수법을 썼습니다.

송씨는 "우리가 희귀 본관인데 여자 성을 따르게 하는 추세때문에 대가 끊길 위기에 처해 있다"며 족보를 사도록 강권하기도 했습니다.
조사 결과 피해자 중 상당수는 대학 보직교수, 고위공무원, 법조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로 밝혀졌습니다.
송씨는 종친회 자료에서 피해자들을 확인한 뒤 대학동문록, 기업 인명부 등을 통해 전화번호를 확보해 접근했습니다.
송씨의 범행이 계속되자 여러 종친회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피해 사례를 공유하며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유사 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지속적으로 단속을 할 예정입니다.

뉴스와이 전성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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