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촉석루 30년 '천대'하다가 국보지정 요청하나

 

촉석루(연합뉴스DB)

경남도, 문화재 최하등급 '자료'로 30년째 관리

(창원=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진주지역에서 국보 재지정을 추진하는 진주성 촉석루를 정작 경남도는 문화재 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문화재 자료'로 관리하고 있어 문화재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12일 경남도에 따르면 진주문화원 등은 최근 1948년 국보로 지정됐다가 한국전쟁 당시 불에 타는 바람에 국보에서 해제된 촉석루를 다시 국보로 지정해야 한다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불에 탄 지 10년 만인 1960년 고증을 거쳐 복원됐지만 원형이 파괴됐다는 이유로 1983년 진주성 안 다른 문화재 등과 함께 도 지정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후 30년이 되도록 등급 조정을 하지 않았다.

도 지정문화재는 유·무형문화재, 기념문화재, 민속문화재 등 4종류에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지만 문화재 가치가 있는 문화재 자료 등이 있다.

현재 유·무형 문화재는 506점, 기념문화재 250점, 민속문화재 21점 등이 있고 문화재 자료는 551점이 있다.

국가지정문화재의 경우 가장 높은 등급을 국보로 관리하고 다음으로 보물, 사적, 명승, 천년기념물, 중요 무형문화재, 중요 민속문화재 등으로 분류한다.

경남도는 촉석루를 우선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승격해 달라는 진주시 신청을 지난 6월 받았다.

경남도는 현지조사와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년 2월께 문화재청에 정식 신청할 계획이다.

촉석루(연합뉴스DB)

지역에서는 유형문화재는 물론 기념물에도 끼지 못하고 '자료'로 관리하던 것을 갑자기 국보 바로 다음 등급인 보물로 지정하는데 이어 최고 등급인 국보로까지 지정해줄 것을 건의하겠다는 것이다.

역시 전란 때 소실과 중건을 거듭한 밀양 영남루는 1948년 국보로 지정됐다가 1962년 재평가에서 보물로 격하돼 최근 국보 재지정이 추진되고 있다.

평양 부벽루, 밀양 영남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누각으로 불리는 촉석루는 하부 일부 구조를 제외하면 국보 당시 모습을 충실히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형은 13세기 초인 고려시대에 지어진 유서 깊은 누각으로, 임진왜란 3대첩의 하나로 꼽히는 진주성 전투 당시 진주목사였던 김시민 장군이 지휘소로 이용하던 역사적인 장소다.

2차 진주성 전투에선 비록 진주성이 함락돼 수만 명의 군민들이 왜병에게 학살되는 참극을 당했지만 3천여명의 군사로 3만여 왜병을 격퇴한 1차 전투 승리를 지켜본 상징성이 있다.

현재 진주성 전체는 국가 사적으로 지정돼 있고 성 안에는 김시민 장군 전공비 등 유형문화재 5점, 논개의 충절을 담고 있어 기념물로 지정된 의암을 비롯해 촉석루, 의기사 등 문화재 자료 6점까지 도 지정문화재 12점이 있다.

경남도 문화재 위원인 고영훈 경상대(건축과) 교수는 "촉석루는 나무를 다듬는 수법이 아주 정교하고 고급스러운 점 등을 비롯해 약간 변형된 부분을 제외하면 원형에 가깝게 복원돼 보물로 충분히 지정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경남도의 한 관계자는 "진주성 전체가 국가사적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촉석루를 도 문화재 자료로 관리해온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승격 건의 후 결과를 봐가며 지방문화재 등급 조정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b94051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