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숨겨진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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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통계의 영웅을 찾아서 5편]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숨겨진 진실

'통계를 품은 지도' 고산자, 대동여지도.. 그 오해와 진실

2016년 기대작으로 꼽히는 영화 한편, '고산자, 대동여지도'. 세계적 수준의 과학적·실용적 지도를 편찬한 조선 후기 지리학자 김정호의 생애를 다루는 작품입니다. 얼마전 첫 촬영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김정호'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도 있는데.. 혹시 김정호와 대동여지도가 오늘날 많은 오해를 받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고산자 김정호와 대동여지도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첫 번째.

김정호는 조선의 엉터리 지도에 실망해 직접 전국을 세 번 돌고, 백두산을 8번 올랐다?

조선의 지도가 엉망이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대동여지도 이전에도 팔도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동국대전도, 팔도총도 등 수준 높은 지도들이 존재했습니다. 당시의 교통상황에서 전국 방방곡곡을 여러 번 답사하고 백두산을 여러 차례 오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 심지어 오늘날에도 백두산 등정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고산자 김정호와 대동여지도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두 번째.

흥선대원군이 대동여지도를 몰수해 볼태웠고, 김정호는 옥사했다?

죄목은 상세한 지도가 국가 기밀을 누설했다는 것. 그러나 이 속설은 거짓임이 밝혀졌습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현재 대동여지도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습니다. 불타거나 그을흔 흔적도 찾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김정호가 관의 협조로 행정·군사용 지도를 살펴볼 수 있었다는 설이 더욱 유력합니다.

'왜곡된 서사' 어디서부터?

위인전에도 실려 있는 김정호에 대한 잘못된 속설. 놀랍게도 일제강점기 교과서 『조선어 독본』에 그대로 실려 있습니다. "조선은 지도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할 정도로 낙후된 나라다", "꽉 막힌 흥선대원군은 대동여지도와 같은 소중한 보물을 몰라 보았고, 그 가치를 알아본 것은 다름아닌 일보니다." 어떻게든 조선을 깎아내리려는 일본의 불순한 저의가 깔려 있었던 것입니다.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그의 생애, 그리고 자명한 진실 하나

이 같은 낭설이 사실로 둔갑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에 대해 남겨진 기록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그의 고향, 신분 등에 대한 논쟁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실. 그가 평생 동안 다듬고 품었을 지도에 대한 열정과 애정 그리고 학식. "내 친구 정호는 소년 시절부터 지도와 지리지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지도 제작 방법을 연구했다." (최한기 『청구도제』 중)

여행자가 아닌 지도 편집·연구자

김정호의 진면모는 19세기 중엽까지 제작된 방대한 양의 지도들을 참고하고, 그것들을 수정·보완하여 총 집대성했다는 점에서 드러납니다. 대동여지도는 서양의 영향 없이 만들어진 전통적인 조선 지도학의 완성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근대적 측량으로 만들어진 지도 만큼 그 정확성과 정밀함을 자랑한다는 사실.

10년의 제작기간 끝에 완성된 대동여지도

1861년, 3층 건물 높이에 한반도를 통째로 담은 세계적인 지도가 탄생했습니다. 이 안에는 대중성, 휴대성, 편리성 등 지도 이용자를 고려한 김정호의 지도 철학이 녹아있습니다.

대동여지도 안에 잠들어 있는 진실 '통계'
그런데 대동여지도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다른 지도와 차별화되는 독특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지도 안에 지역별 통계가 실려있다는 사실입니다.

통계가 곁들여진 대동여지도 사용설명서

"지도는 나라가 어지러울 때는 적을 격파하고 난폭한 무리들을 토벌·진압하는 데 도움이 된다. 평화시에는 정치를 수행하고 경제 정책을 시행 조절하는 데 모두 이 지도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김정화 개공여지도 1첩 「지도유설」중)

통계지리정보서비스의 선구자 '고산자'

지리벙보과 통계의 결합은 오늘날 국가행정은 물론 산업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는 방법입니다. 통계정보의 유용성을 통찰하고 그것을 지도에 넣은 김정호의 시도는 시대를 앞서가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오해를 대신해 널ㅇ리 알려져야 할 고산자 김정호에 대한 또 다른 진실입니다.


choi_ja@fnnews.com 최정아 기자, 이대성 디자이너

[역사 속 통계의 영웅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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