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끝-道界마을을 찾아서] <18> 청도서 밀양 편입 밀양시 청도면
"예전 '청도 간다'하면 경북 청도인지 밀양 청도인지 되묻곤 했지"
 
 
 
밀양 청도면 소태리에서 바라본 경북 청도. 멀리 송전탑이 보이는 산을 넘어가면 청도군 각남면이다. 왼쪽으로는 창녕 방면 24번 국도가 나온다.
 
 
밀양시 청도면사무소가 있는 구기리 일대는 청도초교, 청도중학교, 청도면보건지소, 청도면치안센터 등 청도라는 지명을 두루 쓰고 있다.
경북 청도군 각남면과 경남 밀양시 청도면은 화악산(932m), 배바위산(608m), 천왕산(619m) 능선을 경계로 경남과 경북의 경계를 가르고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청도군과 밀양 청도면 사이 통로는 건티재, 요진재 등 주요 고갯길이 사람들이 왕래하는 길이었다고 한다.

밀양 청도면은 조선 후기에서 일제강점기 행정 개편 이전까지는 청도군 외서면으로 청도군의 행정 관할을 받았다. 산을 넘어 있는 일종의 월경지로 존재해온 것으로 보인다.

청도면은 또 청도를 본관으로 하는 청도 김씨들이 여러 마을에서 집성촌을 이루며 살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기후나 풍토가 청도와 비슷해 씨가 없는 것이 특징인 반시가 많이 생산되며 청도군에 일가친척들이 많은 점도 청도에 대해 동질감을 느끼는 이유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청도군 외서면에서 밀양 청도면으로

밀양 청도면사무소가 있는 구기리는 청도군보다 더 청도라는 지명이 자주 눈에 띈다. 청도초교, 청도중학교, 청도면보건지소, 청도면치안센터, 청도농협 등 공공기관과 상점의 상호까지 청도라는 지명을 두루 쓰고 있다. 면의 한가운데를 흐르는 하천도 청도천이다. 청도면의 한가운데 구기마을은 마을 표지석에 '감의 고장 구기마을'이라고 새겨져 있다. 어찌 보면 청도군보다 더 '청도'지역 같다는 느낌이 든다.

구기리 노인회관에서 만난 마을 어른들은 과거 외서면 시절을 기억해 냈다. 어른들은 예전 "청도 간다"하면 경북 청도인지, 밀양 청도면인지 한 번씩 되물어야 할 때가 있었다고 했다. 한 어른은 자신의 처가가 청도군 풍각면이라 근티재를 자주 넘어 갔고, 과거 외서면 시절에는 혼사도 밀양 쪽보다 청도군이나 창녕군 쪽으로 하는 경향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일들은 청도면이 일제강점기 이전만 해도 경북 청도군 외서면이었기 때문이다. 외서면이라는 지명은 그 위치가 청도군의 서쪽에 있다고 해서 연유된 것이다.

밀양문화원에서 펴낸 청도면 마을지에 따르면 1425년에 편찬된 '경상도지리지'에 밀양도호부 월경처라는 기록이 보이고, 청도면은 청도군의 월경지로 추정하고 있다. 조선시대 중앙집권체제가 강화됨에 따라 청도면은 청도군 외서면에 속하게 됐다.

그러다가 일제강점기 1912년 청도군 외서면이 밀양군 청도면으로 개편되고, 1914년 전국적인 행정구역 개편과 편입으로 밀양권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청도면은 7개 법정리, 12개 행정리, 45개의 자연부락이 있고, 938세대에 총 인구가 1천966명으로 밀양에서 가장 작은 면으로 남아있다.

◆사방 뻗어가는 고갯길 교통의 요지

청도면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남쪽으로 열려있는 지형이다. 현재 면의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24번 국도는 구룡골재로 해서 창녕으로 가는 길이다. 청도군에서 볼 때 산 하나만 넘어가면 청도면이지만 밀양시청을 지나 국도로 가는 길은 멀리 돌아가는 셈이다.

청도군과 밀양 청도면은 과거 화악산 능선의 고갯길을 넘어 왕래했다. 요즘에는 두 지역 사이의 임도를 이용하거나, 밀양시청에서 창녕 방면 24번 국도를 이용하면 된다.

따라서 언뜻 보면 교통 오지로 여겨지는 청도면이 과거 도보 통행 기준으로 볼 때는 교통의 요지로 볼 수 있다. 청도면에서 부챗살 같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고갯길로 인해 교통의 중심지였다는 기록이 있다.

청도면에는 지금도 곳곳에 근티재, 요진재, 천왕재, 구룡골재, 감골재, 청간재, 광시내미, 관룡고개, 팔방재 등이 남아 있어 육상 교통이 발달하기 전인 전근대까지 중요한 교통로 역할을 한 것이다. 이중 근티재는 청도 풍각면과 각남면 옥산리로 넘어가는 고개이다.

주민들은 근티재를 옛날에는 밀양에서 청도로 오고 가는 대로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요진재 역시 청도군 각남면을 이어주는 고갯길로 이 길은 역로(驛路)였다고 한다. 육상 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옛날에는 사람의 왕래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다고 전해진다. 천왕재는 청도군 풍각면과 창녕군 성산면으로 가는 통로로 이용됐다.

류창목 밀양문화원장은 "청도면은 고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중요 교통 길목으로 역할을 한 것으로 향토사 조사에서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명이 똑같아 해프닝도 잦아

청도 소싸움축제에서 싸움소의 한일교류전이 벌어지던 2000년대 초반 무렵, 일본 자매도시 관계자들은 일본 싸움소를 싣고 부산항에 도착해 곧장 '청도'로 향한다. 그러나 이들이 도착한 곳은 경북 청도군이 아니라 밀양시 청도면이었다고 한다. 소싸움 현장에서 일본팀을 기다리고 있던 청도군 관계자는 예정 시간이 지나도 도착하지 않자 속이 바짝 타들어갔다. 수소문 끝에 이들이 청도면으로 갔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다시 청도군으로 안내했다는 이야기가 청도군에는 널리 퍼져 있다.

청도면 주민들도 청도군과 밀양 청도면이 인근에 있으면서 지명이 똑같아서 빚어지는 혼선 때문에 길을 묻는 경우를 자주 봤다고 이야기 한다.

주민들은 "요즘에야 잦아들었지만 지명을 혼선해 자꾸 청도면을 찾아오는 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고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청도군 한 관계자는 젊은 시절 청도면 저수지로 밤낚시를 갔다가 이 마을 청년들로부터 나가달라는 시비를 받았다고 한다. 한참 말싸움 도중에 청도에서 왔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같은 지역이라며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 낚시를 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구기리 김삼조(78) 할머니는 "청도군에 살고 있는 일가친척들의 초청으로 소싸움도 보러가고 자주 갔다"며 "어른들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어 청도군은 남의 동네 같지 않고 따뜻한 정이 가는 곳"이라고 말했다.

행정 관할 개편 이후 수십 년이 흐르면서 한때 청도면을 관할했던 청도군은 정작 이 지역을 잊고 있으나, 밀양 청도면 주민들은 아직도 청도군 외서면 시절을 기억을 하고 있는 듯했다.

글`사진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출처 : 매일신문사  - 2012년 10월 3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