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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씨 40대 중반사진과 근년사진입니다, 사진만 보내기가 무엇했어 기고한 글과 함께 보내 봅니다.
인생무상을 느끼며...族譜單子를 끝내고...
노경씨 도와주어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제목; 선자령(仙子嶺) 옛길에서


새봄에 피어나는 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꽃이 지고 난 자리에 새롭게 피워나는 신록 또한 싱그럽다. 봄부터 여름까지 짙은 초록으로 서 있던 나무들이 이제 조용히 단풍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나는 이 가절에 대관령 선자령(仙子嶺) 옛길을 오른다. 길 입구에 신사임당이 어린 율곡의 손을 잡고 걸은 길이라는 입간판이 크게 서있다. 신사임당이 어린 아들 현용(見龍-율곡의 아명)을 데리고 이 길을 오고가며 오순도순 정담을 나누며 걸어가는 모자의 다정한 환상을 떠올린다. 아마도 사임당의 자애로운 자녀 훈육은 훗날 율곡이 큰 인물이 되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던 바 이 길은 예사로운 길이 아니다. 약간은 버거운 산길을 오르면서 생각은 깊어지고 마음은 진솔해진다. 깊은 생각과 진솔한 이야기는 마음에 울림을 주며 오랫동안 간직하게 되는 것이다.
사임당은 부덕과 지혜, 시서화에도 뛰어난 우리 역사상 가장 훌륭한 여인, 어머니의 표상으로 지금까지 존경받는 분이다. 또한 신사임당 그는 누구인가? 온유하고 지조 높은 성품에 재질이 뛰어나 일찍이 현모양처로 부족함이 없었기에 오늘날 이 나라 현모양처로 자리매김 했다. 이는 그의 수화풍인 자리도(紫鯉圖) 산수도(山水圖) 만충도(萬蟲圖) 노안도(蘆雁圖)에 나타나 있다.
사임당은 남편이 입신양명하도록 내조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자 아들을 훌륭히 키우기 위해 말이 아닌 행동으로 교육을 시켰다고 전한다. 영특한 재주를 타고난 현용은 어머니로부터 사람이 갖추어야 할 근본과 기본에 관한 원리를 익히고, 현실을 바로보고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지식과 지혜를 배웠다. 사람은 오랜 경험에서 묻어나는 지혜를 자식에게 물려준 법이다. 율곡은 기상이 호탕하고 도량이 넓어 학문을 분석하기보다 근본적인 원리를 자유롭게 종합적으로 통찰하는 재능이 있었다. 만언봉사(萬言封事)의 핵심은 시대상황에 적합한 제도와 법을 만들어 백성의 삶을 돌보라고 역설한 시의론과 변통론이 핵심이다. 그리하여 대동법(大同法)과 사창(社倉)제도를 실시하는 등 획기적인 경제정책과 사회개혁을 주창했다. 사의(私意)없이 말을 하는 선견지명이 뛰어난 분이기도 하다. 시문(詩文)에 능한 조선시대에 대표적인 선비요 정치가이며 학자이다. 그가 죽은 후 그의 예언이 모두 들어맞았고, 그가 건의한 정책은 후에 모두 채택되었다.
오늘따라 신사임당 모자가 오고가던 이 길을 산행으로 걷고 있다. 앞서 간 사람은 앞서갔고, 뒤에 따라오든 사람은 뒤돌아가고 혼자서 길을 걸을 때는 마음에 리듬이 일어나야 지루함이 덜하는 법이다.
현직을 떠나 십수 년간 한시를 배우고 익히며 지냈지만 현풍비슬산 등산길에 유가사 법당에 편액으로 전해오는 유가사(瑜伽寺詩) 시가 오늘처럼 마음에 다가온 적이 없었다. 이 시를 마음에 담아 오늘 격에 맞는 분위기에  마음속으로 혼자 읊어 본다.
“안개서린 고요한 맑은 절간에 / 푸르른 첩첩 산에 가을빛이 짙었구나!/ 구름사이 절벽은 육 칠 리나 이어졌고 / 하늘 끝 아득한 산봉우리 천만 겹이 로다/ 다회 끝난 솔 치마에 초생 달이 걸려있고 / 염불마친 평상위에 찾아드는 막 종소리 흔들리듯 들러오네 / 시내 물 흘러 응당 벼슬아치 보고 웃으리라 마는 / 씻을 레야 씻을 못할 속세의 자태로다” /

寺在煙霞無事中 亂山滴翠秋光濃 雲間絶嶝六七里 千萬遙岑千萬重
茶罷松簷掛微月 講蘭風榻搖殘鍾 溪流應笑玉腰客 慾洗未洗紅塵縱
위 시를 지으신 분은 고려말 10대 문장가인 김지대 선생이시다. 현직에서 물어나 유가사인근암자에 머물면서 삼국유사를 쓴 승 일연(一然)과 교우하며 여생을 보내다가 시절 인연으로 유가에 이 시를 남겼다고 전한다.    

 퇴직 후 나의 삶은 큰 변화가 있었다. 취미인 글쓰기와 등산, 거기에 독서와 해외여행을 하며 활력을 찾는다.
퇴직 후 먼저 컴퓨터를 익혔다. 내 주변과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글로 써서 이메일(E-mail)로 기고하는 자유기고자(freelance)가 되었다. 또 등산으로 신심을 단련하고 있다. 수백 개의 이름 있는 산 정상에 올라 호연지기(浩然之氣)로 사물을 성찰하는 일은 휴식을 즐기고 사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다음이 지칠 줄 모르는 독서다. 그 중 한문(漢文)을 배우고 익히는 일에 게으르지 않았으니 삶의 깊이를 더해 주었다.
이 모든 것은 연금의 젖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가에 대한 고마운 마음은 언제나 나의마음 한 가운데 있다. 향기로운 삶은 아름다운 마음에서 나온다. 한편의 시, 좋은 글은 몸가짐을 바로세우고 삶을 향기롭게 한다. 이런 문화로 소통하는 개인이나 가정 그리고 사회는 품위를 지니고 성숙한 사회로 나가게 된다. 이것이 선진사회로 가는 길이다.
사람은 자기 나름대로 길(수행)이 있어야 한다. 길을 걸으며 생각하는 것도 그 방법의 하나다. 자기 자신을 속속들이 지켜보면서 삶을 거듭거듭 개선하고 심화시키는 명상의 길이다. 다른 하나는 이웃에 대한 배려의 실천이다.
깊어가는 가을, 신사임당이 어린 율곡과 다정히 걸었을 길, 또 수많은 사람들이 나름의 사연을 안고 사색을 했을 대관령 선자령 옛길에서 나도 맑은 생각에 젖어본다. 

김 판수(36.3.4生-010-5590-1375); 전직; 창원시청 근무(정년퇴임),5급
창원시 성산구 창원천로 292 길 대동A,108-303호(055-601-1375)